
영화 <버킷리스트>는 죽음을 앞둔 두 남자가 함께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그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한 이별의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삶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영화죠. 화려한 장면도, 특별한 사건도 없지만, 보는 사람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집니다. 그 이유는 영화가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질문 “나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를 진심으로 묻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하는 이유
영화는 두 남자가 병실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부자인 에드워드는 모든 걸 가진 듯 보이지만 마음은 늘 허전하고, 카터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자신만의 시간은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우연히 함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며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떠납니다. 그들의 여행은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습니다. 스카이다이빙, 피라미드 구경, 세계 일주 같은 꿈의 목록이지만, 그 속에 진짜 의미는 따로 있습니다. 두 사람은 여행을 하면서 깨닫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면, 평범한 하루도 특별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카터는 말합니다. “삶은 숫자로 세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이 한마디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늘 ‘나중에 해야지’, ‘조금만 더 기다리자’며 지금을 미룹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는 이렇게 속삭입니다. “언젠가가 아니라, 바로 오늘이 네 인생이야.” 이 영화는 인생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그 단순한 진리를,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된 우정
<버킷리스트>가 감동적인 이유는 두 주인공의 관계 때문입니다.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조금씩 변해갑니다. 처음엔 고집 센 에드워드가 카터의 진지함을 비웃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카터의 따뜻한 시선을 배우게 됩니다. 반대로 카터는 에드워드 덕분에 평생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며 웃음을 되찾습니다. 둘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가 됩니다. 에드워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인간적인 온기를 배우고, 카터는 현실에 묶여 잊고 지냈던 자유를 느낍니다. 그들의 우정은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다시 살아보게 하는 선물입니다.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합니다. 카터는 “당신을 만나서 내 인생이 달라졌어요”라고 말하고, 에드워드는 “당신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걸 느꼈어요”라고 답합니다. 그 짧은 대화에는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건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웃었던 순간들이라는 걸 영화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죠. <버킷리스트>는 그렇게 우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보여줍니다. 세상에 혼자 설 수 있는 사람은 없고, 함께 나눌 때 비로소 인생이 완성된다는 것을.
후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 있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와 마주합니다. 카터는 가족과 보내지 못한 시간들을 후회하고, 에드워드는 자신이 놓쳤던 사랑을 떠올립니다. 그들은 떠나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사람은 죽음 앞에 서야 비로소 ‘진짜 중요한 것’을 본다는 사실을. 하지만 영화는 결코 절망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카터가 세상을 떠난 뒤, 에드워드는 그의 마지막 소원을 대신 이루어주며 말합니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친구를 만났다.” 그 장면에서 관객은 눈물이 나면서도 묘하게 따뜻해집니다. 두 사람은 삶의 마지막에서 서로를 통해 다시 시작한 겁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이 질문은 무겁지만, 동시에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미뤄둔 말, 포기한 꿈, 소홀했던 관계. 그 모든 걸 다시 돌아볼 용기를 주는 영화가 바로 <버킷리스트>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들에게 남겨진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멋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보는 일입니다.
<버킷리스트>는 결국 “삶의 크기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에드워드와 카터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생생하게 ‘삶’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그건 꼭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가족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 하늘 한번 올려다보기 —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인생을 완성시킵니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이 그 시작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