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오랜 시간 한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자, 그가 살아오며 품었던 모든 생각과 감정이 담긴 긴 편지 같습니다. 화려한 판타지 속에서도 현실의 아픔이 스며 있고,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인생의 흔적이 묻어 있습니다. 미야자키는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그 질문은 멀리 있는 철학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닿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삶을 향한 조용한 질문
이 영화의 제목은 1937년 출간된 일본의 고전 소설에서 가져왔지만, 미야자키는 그것을 단순히 다시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담았습니다. 주인공 마히토는 전쟁 속에서 어머니를 잃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야 합니다. 그는 외로움과 분노를 품은 채 새로운 집에서 신비한 새를 따라가며 현실과 꿈이 뒤섞인 세계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기묘한 생명체들과의 경험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여정이 됩니다. 미야자키는 마히토의 이야기를 빌려 자신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 세상에 대한 분노, 그리고 나이를 먹으며 얻은 이해와 용서. 그 모든 것이 영화 속에 조용히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성장의 이야기라기보다,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한 사람의 고백에 가깝습니다.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
마히토의 여정은 환상적인 모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깊은 상처와 마주하는 내면의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세상에 남겨진 자의 고독 속에서 그는 스스로의 감정과 싸워야 했습니다. 미야자키는 그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말합니다. 진짜 성장은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잃은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이 영화에는 뚜렷한 악역도, 명확한 해답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흐릿하고, 그 모호함 속에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삶을 닮아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죠. 완벽한 순간은 없지만, 그 불완전한 하루하루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성장합니다. 미야자키는 이 사실을 거창한 말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달빛 아래 고요히 흐르는 물결, 그리고 인물들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들로 대신합니다. 그 평범한 순간들이 오히려 가장 진실한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삶은 그렇게 작은 순간들의 연속이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사는 일’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미야자키의 마지막 고백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그가 평생 쌓아온 모든 주제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세대의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라는 질문이 중심에 있습니다. 그는 이제 젊은 시절처럼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마히토가 끝내 돌아오는 현실은 여전히 불완전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 대신 이해가 있고, 그것이 바로 미야자키가 말하는 ‘성숙’의 모습입니다. 삶이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 그 단순하지만 깊은 깨달음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오래도록 마음에 남게 만듭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정답을 주지 않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진실이 있습니다. 삶은 예쁘게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넘어지고 일어서며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 미야자키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여전히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그의 질문은 어렵지 않지만, 마음을 오래 울립니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를 정직하게 살아내는 일이라는 걸 이 영화는 조용히 알려줍니다.